2015 Burnt in 2014

2015 Burnt in 2014

2014년에 태운 2015년_종이 위에 흔적_67x78cm(x12)_2014
2015 Burnt in 2014_marks on paper_67x78cm(x12)_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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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 1925-)의 말을 빌자면 현재의 우리는 ‘액체화’된 ‘유동적’인 사회에 살며 그러기에 그 삶은 불확실하고, 예측 불가능하며, 불안정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살아간다는 것. 그것은 나를 둘러싼 커다란 사회구조 속에서 (무)의식적인 오감을 통해 학습되어지고, 이를 기준으로 끊임없이 그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에 대해 판단하고 사고하며, 그에 상응하는 반응으로써(어쩌면 그 사회를 구성하는 하나의 개체로서 최소한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생산하는 행위일 것이다(작가인 나에게 있어 그것은 작업이라 하겠다). 그러나 결국 그 생산물들은 살았던 과거에 대한 불확실한 기록물들이며, 살게 될 미래에 대한 불안정한 청사진들일 뿐이다.

작업은 2014년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매일 매일 담배 한 대씩을 태워, 그 시간의 흔적을 기록하여 만든 2015년 달력이다.

JK_0054

전시광경
2015 생생화화-시간수집자_(경기도미술관, 안산)
installation view
2015 The Breath of Fresh–Time Collector_(Gyeonggi Museum of Modern Art, Ansan)

2014년에 태운 2015년_730 pages_20.8×14.8 cm_2016_(책제작-닻 프레스)
2015 Burnt in 2014_730 pages_20.8×14.8 cm_2016_(bookmaker-Datz Press)

… 시간은 아니 각각의 삶은, 그렇게 일상의 사소한 것들조차 흔적이 되고, 기억이 되면서 짧지만 긴 흐름으로 이어진다. 더욱이 불확실하기만 한 현대인의 삶에 있어서 이러한 시간의 흐름은 더욱이 파편적이고 유동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14년도에 태운 2015년>은 2014년도에 날마다 태운 담배 흔적으로 2015년도의 달력을 만들어 이를 책으로 만든 작업이다. 미래의 시간을 과거의 작가의 반복적인 일상의 흔적으로 만들어낸 이 작업은 시간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작가 자신의 불확실한 과거의 일상, 미래의 불안정한 삶에 관한 기록이기도 한데, 과거와 미래라는 서로 다른 시간대가 맞물려 있고 동시에 공존하고 있다는 면에서 평범한 일상적 경험들조차도 모순적이고 아이러니한 개념적 접근들로 실험하고 문제시하는 작가 특유의 면모들을 확인할 수 있다. 작가는 그동안 줄곧 모순적인 상황들이 맞물려 있는 현실을 통해 특유의 문제제기를 이어왔다. 현실과 상상, 있음과 없음, 실상과 허상, 진실과 거짓 등 이항대립적인 현실의 특정한 상황들에 대한 개념적 개입을 통해 아이러니한 현실의 이면들을 들추어내 온 것이다. 시간에 대한 접근도 비슷한 맥락에서 접근되는데, 이번 작업의 경우도 서로 다른 비동시적인 것들이 동시적인 시간대로 이질적으로 혼합되어 있는 이른바, 헤테로크로니아(hétérochronie)의 시간성 개념이 떠올려진다. 사실 개념적인 접근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경험적으로 일상의 현실 시공간이 종종 오히려 더 역설적으로 다가옴을 종종 확인한다. 이항대립적인 면모들이 서로 이질적으로 맞물린 시공간 개념 말이다. 그런 면에서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제안하고 있는 거룩한 시공간 개념도 사실 감각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가에 의해 재 전유된 세속적인 시공간성이기도 하다.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시공간이 사실 더 모순적으로 다가오는 법이고, 작가의 작업도 이러한 현실이 머금고 있는 긴장과 역설의 팽팽한 감각과 인식을 기반으로 개념적인 것들, 보다 본원적인 것들로 다시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평범하고 세속적인 일상의 시공간성마저도 반성과 성찰의 거룩한 대상들로 감각 사유될 수 있었던 것이다. …

민병직(대안공간 루프, 협력 디렉터)

전시광경
아티스트 북 스페이스_2016_(닻 미술관, 광주)
installation view
Artist Book Space_2016_(Datz Museum of Art, Gwangj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