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 place of complete bliss and delight and peace

any place of complete bliss and delight and peace

걱정이나 근심이 없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곳_백열전구_36x1371 cm_2016
any place of complete bliss and delight and peace_Incandescent Light Bulbs_36x1371 cm_2016

…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시도된 <파라다이스>도 비슷한 맥락으로 읽혀질 수 있다. 파라다이스를 의미하는 점자를 전구로 만들어 왼쪽의 전시공간에 설치된 이 작업은 이전 작업들처럼 기본적으로 모순적이고 역설적인 공간에 대한 작가의 인식과 접근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점자 형태로 형상화되었지만 직접적인 촉감으로 접근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그 가시화된 형상, 이미지조차 환한 빛 속에서 눈부심으로 결국은 따뜻한 온기와 분위기로 접해야할 뿐 아니라, 이렇게 이질적이고 낯선 공간 경험을 통해서 파라다이스라는 역설의 의미를 생각하게 끔 하기 때문이다. 촉각적인 경험이어야 할 점자를 비가시적인 형식의 빛이라는 의외의 방식으로 가시화시키고 있는 것인데, 이는 다시 현실 너머의 아직 도래하지 않은 이상향, 그리고 현실에 모순적인 강요된 방식으로 자리하는 파라다이스의 역설적인 의미까지 더하면서 그 모순적인 상황이 더욱 극화되는 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것들이 중층적으로 맞물려 파라다이스의 개념적인 모순성이 더욱 강화되고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작가의 작업은 개념이 갖고 있는 아이러니함, 모순, 다층적인 면모들을 지극히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것들로 전한다. 그렇게 작가의 시공간에 대한 인식, 혹은 접근은 구체적이고 경험적인 동시에 개념적이고 관념적이다. 개인적인 동시에 사회적이고 현실적인 동시에 이상적이다. 이들 서로 다른 이질적인 것들을 역설적이고 모순적인 것들로 연결시키지만 오히려 자연스럽기만 하다. 우리를 둘러싼 현실의 삶이 그런 것처럼 말이다. …

민병직 (대안공간 루프, 협력 디렉터)